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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전등록 강의 - 되돌아 가라

by 싸이원 2017.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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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응 선사가 밤에 잠을 자려는데 많은 대중들이 법문을 들으려고 스님을 불렀다

방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그 불빛 때문에 벽에 그림자가 비쳐져 있었다.

그 때 어느 똑똑한 제자 하나가 물었다.

두 개가 똑같을 때는 어떠합니까?”

하나는 그림자이니라.”

학인學人이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는 어떠합니까?”

그것뿐이다.”

 

여기 한 사람과 그 사람의 그림자가 있습니다

즉 본질의 세계와 그 표현으로서의 현상 세계가 있습니다

이 두 개가 서로 똑같을 때에는 어떠합니까어느 것이 본질입니까?

 

하나는 그림자이니라.’

 

그렇습니다분명히 하나는 그림자입니다그림자는 그림자일 뿐입니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과 호수에 비친 보름달은 분명히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호수에 비친 보름달은 달이 아닙)B4求?달의 형상일 뿐입니다그림자일 뿐입니다

여러분의 기분이나 심정 역시 여러분의 그림자인 것입니다.

 

학인이 고향으로 돌아가려 할 때는 어떠합니까?’

 

여기에서 고향이라는 것은 자기의 본체를 가리킵니다호수 그 자체를 말합니다.

그림자의 세계에서 본질의 세계로 돌아가려고 할 때는 어떠합니까?

 

그것뿐이다.’

 

이것 참 아리송한 말입니다무슨 뜻으로 대답한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지요?

지금 밖에는 비가 오고 있습니다

저 창에서는 빗물이 흘러내리고 있고우리는 그것을 보면서 빗물이 흐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포착한 우리 사고 속의 흐르는 빗물은 빗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떨어지는 빗물은 사실 방울방울일 뿐이지 흐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우리의 사고는 흐른다라는 언어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으로써

정지된 단편적인 개념을 흐르는 상태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해의 차원에서 볼 때 참으로 난해합니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최근 그것에 대해 밝혀내기 시작했습니다

삼라만상이 펼쳐지는 것에 대해서 그 본질적인 핵심이 무엇인가를 줄곧 캐 오다가 

아주 뜻밖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즉 본질은 무엇이라고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본질’ 혹은 핵심이라고 명명할 수조차 없다는 것

그것은 커다란 무더기 속에서 하나의 구체적인 무엇을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이라고 단정을 내리는 순간 이미 그것은 핵심에서 멀어지며 피상적인 견해에 

불과하게 된다는 것입니다그것이 바로 하이젠베르크가 발표한 불확정성 원리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상태와 움직임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모든 물질은 비물질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모든 것은 항상 흐르고 있으며어떤 것으로도 포착될 수 없는 성질을 그 자체가 가지고 있습니다.


몇십 년 전에 물리학자들은 말했습니다.

빛은 입자이다그림자가 생기는 것은 빛의 입자가 그곳에 닿지 못했으므로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빛은 입자이다.”


그러다가 얼마 후에는 빛도 회절한다

빛도 소리의 성질과 유사하다.’ 등등의 현상을 통해서 빛은 파동이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싸웠습니다파동설과 입자설은 팽팽히 맞서서 서로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되풀이해 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그들은 빛은 입자이며 동시에 파동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퍽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세숫대야에 물을 담고 손가락으로 가운데를 톡 건드리면 물은 동심원을 그리며 움직입니다

그 파동의 파형을 보고 있노라면물결은 바깥쪽으로 퍼져 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고 대야의 넓이가 한정되어 있는데물이 대야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간 것은 아닙니다

움직이고 있는 것은 물결입니다물은 가만히 있으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물은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게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바깥 세상의 일과 부딪치게 되면 이것이다저것이다’ 하는 관념이 

생기게 됩니다어느 것이 옳으냐 하고 생각 속에 빠져들게 되면 거기서부터 미혹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그 파동은 대야를 뚫고 바깥으로 나가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보기에는 분명히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다시 말해서여러분의 생각의 변화

몸의 행위그 모든 것은 움직임 같지만여러분 마음의 상태는 항상 그대로인 것입니다.

 

두 개가 똑같을 때는 어떠합니까?’

하나는 그림자이니라.’

 

즉 움직이고 있는 것은 물결이었던 것입니다.

 

학인이 고향으로 돌아가려 할 때는 어떠합니까?’

그것뿐이다.’

 

물일 뿐입니다물은 항상 있어 왔던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본질의 세계와 항상 같이 있는 것입니다

단지 사람들이 작용되는 그 물결의 꼴이 자신인 줄 착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작용은 변함없이 만물과 함께 변화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고통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향은 딴 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동시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목적지가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아무리 멀리 떠나왔다고 해도 그 고향은 즉시 돌아갈 수 있는 곳에 있습니다

그것은 항상 같이 붙어 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 출처 : 도서 <더 나아갈 수 없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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